주말에 봉사활동이 갑자기 취소되어 남한산성에 가기로 했다.
지난주에 북한산을 가지 울긋불긋 단풍이 예뻤기에 남한산성도 예쁠 것 같아 코스를 짰다. 남한산성은 서울의 송파구와 하남, 성남이 접해있는 곳에 있기 때문에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하다.
다만, 성남에서 남한산성으로 가기엔 뺑 돌아간달까? 시간이 오래걸린다(분당 기준...).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마천역'까지 어프로치를 하고 서문-북문-동문-남문-서문(원점회귀)으로 남한산성을 돌기로 했다.
예상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어렵게 자전거도 타고 왔는데 한두시간만에 갔다가 내려오기엔 아쉬워서 남한산성 전체를 쭉 훑기로 했다.
남한산성은 과거 회사 야유회였나 단합대회때 왔었던 기억이 있는데 막걸리랑 멸치만 먹고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남한산성이 어땠는지 기억이 거의 없었다.
자전거를 마천역 근처에 주차(?)해놓고 단풍처럼 알록달록 옷을 차려입은 등산객분들의 뒤를 밟아 들머리(초입)까지 쉽게 찾아갔다.
마천역에서 서문으로 가는 코스는 처음엔 완만한 경사지만 계단길부터는 어느 깔딱 고개 저리 가라 할 만큼의 급경사가 나온다. 중간중간에 의자도 있고 해서 쉬었다 가는 걸 추천한다. 그래도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서울 시내가 뻥 뚫린 광경을 볼 수 있다.
서문에 올라 전망대에 다다르면 서울이 이렇게 멋진 도시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천루와 파란하늘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해 준다. 마천역에서 서문(우익문)까지 딱 한 시간이 걸렸다.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문화제로 관리가 잘되어 있는것 같다. 때문에 어느 다른 산처럼 샛길이 없이 둘레길 형태로 등산로,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놨다. 나는 계획대로 서문에서 북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문으로 올라올때는 단풍이 덜 들어서 여름 숲의 느낌을 받았는데, 서문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풍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이 계절이 지나가는 게 아쉬운 것처럼. 아낌없이 모든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서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위례둘래길엔 가볍게 산책을 하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많았다. 서로 하하 호호하며 담소를 주고받는 게 보기 좋으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왜 나는 항상 혼자 오는가...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이 조금 심했다. 또한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이 가장 길기 때문에 나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중간에 한번 벤치에 앉아서 준비해온 따뜻한 차를 한 모금했다. 앉아서 경치를 보니 햇살도 따뜻하고 조용하니 최근 많았던 걱정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온전히 자연에 나를 맡긴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은 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르락 내리락을 한참했더니 이젠 좀 산책길 다운 길이다. 내리막길에서 요긴하게 썼던 스틱을 접어 넣고 천천히 길을 걸었다. 남한산성 내에 절도 있어서 불자님들도 길에 여럿 보였다. 불자님들은 차를 타고 남한산성 안까지 올 수 있는 것 같다.
동문을 지나 남문으로 향했다. 남한산성을 한바퀴 뺑 도는 거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성곽에 가까운 산책로를 택할 수도 있고 숲 안의 산책로를 택할 수도 있어 단조로움이라든가 지루함은 없었다. 뻥 뚫린 경치와 성곽의 조화를 느끼고 싶으면 성곽 쪽에 있는 산책로를 택하면 되고, 숲 속의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면 숲 안쪽으로 걸으면 된다.
동문에서 남문(지화문)까지는 정말 금방 간것 같다. 약 30분 정도 걸렸는데 단풍 구경하다 보니 금방이었다. 동문에서 남문 사이에는 단풍도 단풍이었지만 여기저기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있어 가을의 정취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남문에서 서문도 사실 금방이다. 여기도 단풍구경, 꽃구경하다보면 30분 내외로 도달할 수 있는데, 왜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 알겠다. 길도 잘 닦여있고, 주변 풍경도 좋으니 정말 가볍게 산책 겸 데이트 겸 올 수 있는 곳 같았다.
다시 온 서문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과의 차이라면 하늘이 더 맑고 높다고 할까? 이젠 본격적인 단풍놀이, 단풍구경 시즌인데 많은 분들이 남한산성에 찾아서 우리의 역사도 느끼고 가을의 정취도 맘껏 즐기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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