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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플로깅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점

by 오르고오르다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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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악인'에 대해 물었다. 당연히 악인이라 하면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자는 '선행의 부재도 악인일 수 있다'고 했다. 머리가 띵했다.

 

생각해 보면 30년 넘게 살면서 나쁜 짓은 한건 없는 것 같은데 선행도 딱히 한 게 없었다. 

책의 저자 기준으로는 나는 악인이었다. 그래서 나도 선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365, VMS와 같은 봉사활동 정보시스템에서 내게 맞을 것 같은 봉사활동을 찾았다. 다양하더라... 독거노인을 위한 주거개선, 단순 행정 보조, 행사지원 등등. 우선 처음이라 가장 어렵지 않고 나로인해 또 다른 피해가 없을 것 같은 플로깅(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택했다.

 

약속된 시간에 모여 플로깅을 하는데 장갑이랑,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주더라. 나는 따로 원래 쓰던 장갑을 가져왔는데...

무튼 한강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데, 참 많더라.

 

얼마 전 큰 비가 왔었는데도 그새 또 쓰레기를 버린 건지, 아님 떠내려 가지 않은 건지 담배꽁초며 별의별 쓰레기가 참 많았다. 시민들이 돗자리 펴고 앉아 있는 잔디밭이며 길가, 배수구, 구조물 아래 등 장소 가리지 않고 쓰레기가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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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때는 한강공원이 잘 정비되어 있고 관리되고 있는데 쓰레기가 있겠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나눠준 비닐봉지가 한가득이었다. 2시간 넘게 바닥을 기다 시피하면서 쓰레기를 주웠더니 허리랑 무릎이 아팠다. 휴...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플러깅 너무 좋은 취지고 많은 분들이 동참하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분명 한강공원은 관리자(돈을 받고 일하는)가 있는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을까.

 

관리자들이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면 바로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서 그런 걸까? 절대 아니다. 줍다 보면 몇 년은 지나보이는 쓰레기가 엄청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땐 관리자들이 제대로 관리를 안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적정 장소에 쓰레기통이 있고 제때 쓰레기통이 비워지고 하면 한강공원에 쓰레기가 이렇게 많을 리 없다. 쓰레기를 치우지도 관리하지도 않기 때문에 나 같은 봉사활동자가 쓰레기를 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쓰레기가 잘 관리되었다면 플러깅 봉사활동이 없었겠지.

 

또 한가지 들었던 생각은 플러깅을 하기 위해 생기는 쓰레기에 대한 생각이다. 플러깅을 하기 위해 나눠주는 장갑, 집게, 비닐봉지 그리고 생수. 플러깅이 끝나면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진다. 쓰레기를 주우러 왔는데 쓰레기가 더 생기게 된다. 참 모순적이었다.

 

플러깅을 한다면 다들 직접 장갑, 물 정도는 직접 가져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갑도 여러 번 쓰고 말이다. 말만 환경보전, 환경보호지 실제론 환경을 더 망가뜨리는 것 같다.

 

요약하면 플로깅은 그냥 생활에서 줍고 하면 되는건데 굳이 봉사활동으로 기획해서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또 왜 공원 관리자들은 공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손을 요청할까?이다.

 

나의 짧은 생각일 수도 있고 하지만,,, 다음 봉사활동은 플로깅은 안할거다.

 

그리고 사진만 예쁘게 찍고 인스타에 올리는 그런 플로깅 행사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행사(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그린워싱 기업들...)를 위해 예쁜 옷을 맞춰 있고, 예쁜 장갑을 나눠주고, 굿즈를 나눠주고 또 행사 참가자들을 위해 간식을 나눠주고...

 

정말 플로깅을 하고 싶으면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산책 길에 또 여행 가서도 언제든 할 수 있는데 굳이 행사 옷을 맞춰 입고, 한 번 쓰고 버릴 장갑과 비닐봉지... 환경을 위한다면 한번 더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 소비를 최소화하고 고쳐쓰고 재활용해서 쓰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플러깅은 쓰레기의 위치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행동일뿐 절대 환경을 보호하거나, 지구를 지키는 일은 아니다. 절대 착각하지 말자. 환경을 보호하는것은 소비를 줄이는 일 밖에 없다. 플러깅한다면서 자랑스럽게 인스타에 올리면서 카페가고, 쇼핑하고 하는건 너무나 모순적이다. 절대 착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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